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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털 그리며 … 마음 다스린 공민왕
2024-11-04 HaiPress
성북동 간송미술관 특별기획전
오세창 감식 거친 108점 공개
공민왕 '양도(羊圖)' 간송미술관
두 마리의 양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섬세하게 그려진 양털,조심스럽게 묘사된 발걸음에 그림의 분위기는 더욱 온화하게 느껴진다. 고려 왕조의 몰락과 외세의 침략 속에서 개혁과 자주성을 추구하면서도 예술과 문화 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였던 고려 제31대 공민왕(1330~1374)이 직접 그린 '양도(羊圖)'다. 그림과 글씨에 재능이 있었던 그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 속에서 내면의 평온함을 예술 작품으로 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온순한 성격의 양을 그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민왕의 '양도'를 비롯해 옛 화첩 속에 잠자고 있던 그림 35점이 서울 종로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 걸렸다.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명 중 한 명으로 금석학자이자 서예가,전각가,수장가,감식가였던 위창 오세창(1864~1953)의 탄생 16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기획전 '위창 오세창: 간송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를 통해서다. 오세창의 감식을 거친 간송미술관 주요 소장품 108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1일까지 열린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오세창이 한국 회화사를 선별해 엮은 화첩 '근역화휘(槿域畵彙)' 3종(7책·1책·3책 등 총 11책)이 처음 공개됐다. 근역화휘는 고려부터 근대에 이르는 한국 회화사를 장식한 주요 작품을 수집해 펴낸 화첩으로 1916~1920년 간행됐다.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은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에게 '문화보국(文化保國)'의 가르침을 전한 스승이었던 오세창의 서화사 연구는 간송미술관의 소장품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에 공개하는 3종(11책)의 근역화휘는 간송미술관이 50년 이상 서화 전시를 하는 데 근간이 된 책으로,책의 형태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시에는 근역화휘 표지를 장식한 14점을 포함해 근역화휘 3종에 실린 작품 35점이 소개됐다. 신사임당의 화훼초충도를 연상시키는 여류화가 월성 김씨의 '서과투서'부터 19세기 나비 그림으로 기량을 펼쳤던 이경승의 '부귀호접',근대 서화가 이한복(1897~1994)의 '성재수간'까지 다양하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