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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약조직이 한국 경유 … 청소년 교육·치료 시급
2024-11-18 HaiPress
'마약 청정국은 없다' 세션
10·20대 마약사범 비중 35%
SNS와 다크넷서 마약 거래
美 전역 병들게 한 '펜타닐'
한국서도 패치 형태로 유통
◆ 세계지식포럼 ◆
제25회 세계지식포럼 '마약 청정국은 없다' 세션에서 벤 웨스트호프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발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마약 청정국으로 평가받던 한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이 마약의 중간 경유지가 된 지 오래며,대마·필로폰 등 중독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제25회 세계지식포럼 '마약 청정국은 없다' 세션에서 마약 수사 전문가인 조병상 전 국가정보원 대테러국장은 국내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신종 마약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국장에 따르면 국내에선 1960~1970년대 베트남 전쟁 이후 마약 유입과 오남용이 본격화되기 시작해 대마초와 필로폰 제조법이 국내에서 확산되기도 했다. 1990년대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마약 공급책이 해외로 뿔뿔이 흩어졌지만,여전히 동남아시아 등에 자리 잡은 마약조직들이 신종 마약을 제조해 국내에 밀수·유통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전 국장은 "중화권 마약조직이 중국 당국의 단속을 피해 동남아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으로 이동했다"며 "한국에서 유통되는 필로폰의 60%가 이 지역에서 밀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선 특히 102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약을 쉽게 구매하고 중독에 이르는 경우가 늘어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 전 국장은 "최근 국제 마약조직이 중남미 생산 마약을 호주나 유럽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마약통관의 세탁 경유지로 활용하고 있다"며 "신종 향정신성 마약물질이 유해물질로 사용되고 익명성이 보장된 다크넷과 SNS를 통한 마약 거래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2만7611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10·20대 마약사범 비중이 약 35%에 달해 젊은 층의 마약중독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은 더 이상 특정 국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 마약 범죄는 전 세계적으로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폴·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간한 지난해 월드 드러그 리포트(World drug report)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마약을 사용한 15~64세 인구는 2020년 기준 2억8400만명에 이른다. 이는 10년 전보다 20% 증가한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값싼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암환자 등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진통제지만,헤로인이나 모르핀보다 중독성이 50~100배 이상 높고 환각 효과가 강력해 오남용되는 경우가 급증하는 추세다.
벤 웨스트호프 탐사보도 전문기자는 "펜타닐이 강력한 중독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에선 이미 헤로인을 대체했다"며 "펜타닐은 한 도스당 5달러 정도로 저렴하지만 약효는 헤로인보다 강력해 마약조직들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많이 유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스트호프는 마약,문화,빈곤에 초점을 맞춘 베스트셀러 탐사보도 언론인,연사,영화 제작자다. 미국의 펜타닐 약물 위기를 파헤친 '펜타닐 주식회사: 불량 화학자들이 어떻게 마약성 진통제 확산에 가장 치명적인 물결을 일으켰는가'를 집필하기도 했다.
웨스트호프는 펜타닐 중독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기보단 질환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고 교육과 치료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학생들 사이에서 펜타닐이 패치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하고 중독자들은 치료받게 도와 한국이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금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