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샹들리에, 그곳에 찬란한 정원이 있다

2024-12-31     HaiPress

김병호 ‘탐닉의 정원’ 展


직선·곡선 기하학 조형으로


인위로 가공된 정원들 묘사


차가운 금속에 시선 담아내

‘수평 정원’(160X680X160cm). [아라리오갤러리] 자연에는 직선이 거의 없다. 직선은 인간만의 일로 생각된다. 자연은 주로 곡선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김병호 작가가 보기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직선과 곡선이 융합하는 장소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최근 개막한 김병호 개인전 ‘탐닉의 정원’은 그의 이런 세계관을 확인시켜주는 복합적인 증거물들이 가득하다. 최근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든 예술가는 자기가 속한 사회를 반영한다. 직선과 평면,나아가 휘고 부풀어 오르는 것들의 형태를 차가운 금속의 느낌을 통해 표현해보려 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그의 작품엔 ‘정원’이란 제목이 자주 붙었다.

정원(庭園)이란 단어를 사유해보자. 정원은 식물들이 숨 쉬며 생육되는 공간이기에 자연에 가깝지만,따지고 보면 정원만큼 인간의 손,즉 인위가 개입되는 장소도 드물다. 정원이란 직선과 평면을 기반 삼은 자연의 굴곡진 모방인 셈이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수평 정원’이 바로 그렇다. 가로 7m에 달하는 직선의 황금빛 청동을 가운데 두고,수십수백 개 가지 끝에 타원의 구(球)가 각각 달려 있다.

이 부풀려진 구의 형상을 그는 ‘혹’이라고 표현한다.

“직선으로 뻗다가 부풀어 오른 각각의 ‘혹’은 하나의 매듭이고 응어리다. 서로 부딪힐 듯 모여 있지만 매끈한 표면에 서로를 비춘다. 하나의 혹들은 하나의 세계가 되고 다시 다른 혹들과 모여 세계를 이룬다.”

김병호의 최근작 ‘두 개의 충돌’은 타원의 구가 양쪽 끝에 달린 모듈 2개를 서로 움직이게 한 작품이다.

한 모듈은 정방향,다른 모듈은 역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 ‘불가근 불가원’일 수밖에 없는 조형적인 관계가 펼쳐진다.

“두 모듈은 1분에 한 바퀴씩 회전하면서 서로 맞닿을 듯하지만 충돌하진 않는다. 내 작품에 돌출된 혹들은 이렇듯 기하학적인 균형을 이룬다.”

김병호 작가는 1974년생으로 2000년 홍익대 미대를 졸업했고 2002년부터 예술공학을 연구했다. 그래서인지 뜨거운 예술과 차가운 공학이 그의 작품에서 충돌하며 공존한다.

박미란 아라리오갤러리 큐레이터는 “김병호 작가에게 ‘정원’은,인간이 길들일 수 있는 규모의 작은 우주로 나아간다. 그는 우거진 숲을 다듬어 인공 정원을 가꾸듯 기계 문명 특유의 조형적 가치를 탐닉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월 8일까지.

‘두 개의 충돌’(334.5x242x105cm). [아라리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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