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美 애리조나 공장서

4나노 반도체 첫 양산 돌입

삼성은 2026년에 장비 반입

본격적인 칩 생산 가능할듯

차세대 공정·턴키 전략으로

얼마나 뒤따라잡을지 관심

미국에서 처음으로 최첨단 공정인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ｍ) 반도체 생산이 시작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가 애리조나 공장에서 첨단 공정을 활용한 칩 양산을 개시하면서다.

미국이 반도체 자급자족과 첨단 기술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추진 중인 '반도체 굴기' 성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다소 늦은 일정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취하지만,차세대 공정과 턴키 전략을 무기로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4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다"며 TSMC의 4나노 칩 양산 소식을 전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 노동자들이 대만과 같은 수준의 수율과 품질로 첨단 4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다"며 "최근 몇 주 동안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가장 앞선 파운드리 상용 기술은 3나노 공정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2나노·3나노·4나노는 트랜지스터 크기를 나타내며 숫자가 작을수록 더 첨단의 기술임을 의미한다. TSMC와 삼성전자는 각각 자국인 대만과 한국에서 3나노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최첨단 공정에서 한국과 대만에 뒤처진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풀어 TSMC를 유치했고,이번에 4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한 것이다. TSMC는 작년 4월 미국 내 투자 규모를 650억달러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에 2나노 공정이 적용될 세 번째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까지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장비를 반입한 뒤 첨단 공정 양산에 본격 돌입하겠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의 선제적인 투자에 대응하고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차세대 선단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하는 등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GAA 기술이란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게이트가 소자의 모든 면을 감싸는 방식으로 전류 제어를 더 정밀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을 모두 아우르는 '원팀' 협업 구조를 앞세워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칩 수요에 최적화된 '턴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턴키 서비스를 통해 팹리스 고객이 칩 개발에서 생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약 20%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한진만 사장을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선임한 삼성전자는 수율 안정화와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라 47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게 됐다. 당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이번 칩스법 지원 합의는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삼성전자의 또 다른 이정표로,AI 중심의 미래시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 테일러 공장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시설로 2022년에 착공했다. 이 공장은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지다.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투자처로 꼽힌다.

[박소라 기자 / 박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