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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영들아, 떠나라" … 송혜교 오컬트, 극장가 구원할까
2025-01-21 HaiPress
24일 개봉 영화 '검은 수녀들'
2015년 '검은 사제들' 후속작
금기의 영역에 발 담근 수녀
엑소시즘 행하며 소년 구출
예매율 1위…설 흥행 기대감
'검은 수녀들'에서 유니아 수녀로 열연한 배우 송혜교. NEW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흥행했던 오컬트 시리즈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로 이어지는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3부작이다.
초자연적 현상·악령·사후세계 등을 다룬 영화를 오컬트 영화라고 하는데,이 3부작은 동시대적 트라우마 혹은 한국인 전체의 트라우마를 서사에 적극 활용하는 전략으로 개봉할 때마다 '오컬트 붐'을 일으켰고,오랜 기간 마니아층이 탄탄했다.
이 중 첫 번째 작품인 '검은 사제들'을 기저에 둔 권혁재 감독의 신작 '검은 수녀들'이 드디어 개봉한다. 배우 송혜교의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사제가 아닌 수녀 신분임에도 구마(엑소시즘)에 나서는 이야기다. 20일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검은 수녀들'을 살펴봤다.
"더러운 영들아,당장 떠나거라."
'신들린 아이'를 뜻하는 부마자 희준(문우진)이 서사의 중심에 선다. 어린 소년 희준의 몸엔 악령이 깃들었고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가 않다. 희준의 담당의사는 바오로 신부(배우 이진욱)다. 그는 엑소시즘보다는 오직 과학의 힘을 빌린 의학으로 희준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성과 합리,본능과 분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생각이 다르다. 희준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구마의식일 뿐이란 판단에서다. 유니아 수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희준을 구하려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가 않다. '사제 서품을 받지 않은 수녀는 구마의식을 행할 수 없다'는 세계 가톨릭의 내부 규정,그리고 주변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오해의 시선 때문이다.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부마자는 소녀 영신(박소담)이었다. 영신의 몸에 깃든 악령 마르바스를 두 남성 신부가 명동 한복판 허름한 건물 속에서 제거하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기였다.
이번 '검은 수녀들'은 도시 한복판에서의 구마의식이라는 주제를 이으면서,성직자들의 성(性)의 전환을 시도했다. 소년 부마자 희준을 두고,유니아 수녀와 미카엘라 수녀(전여빈)가 갈등하고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두 영화 '검은 사제들'과 '검은 수녀들'은 2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서로를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다. 마치 오마주하듯이 변주를 시도한 장면이 더러 눈에 띈다. '검은 사제들'의 최부제(배우 강동원)처럼 '검은 수녀들'의 미카엘라 수녀도 트라우마로 가득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유니아 수녀를 돕는 미카엘라 수녀는 어린 시절 기이한 사건의 목격자이자 당사자였다.
바오로 신부는 그런 그녀의 고통을 의학의 힘으로 해소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희준의 몸과 정신을 지배하는 악령은 자꾸만 미카엘라 수녀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커튼을 들추듯 트라우마를 걷어버리고 눈앞에 그 풍경을 전시함으로써 당사자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검은 사제들'에서 최부제는 자신의 트라우마 극복과 영신의 몸에 깃든 악령의 제거를 동일시하면서 서사가 진행됐는데,'검은 수녀들'은 좀 더 확장된 버전이라는 설명이 가능할 듯하다.
남녀 간의 성이 바뀌면서 새로운 논의를 이끌어내는 측면도 있다.
주인공 유니아 수녀가 행하려는 구마의식은 여성에겐 금기의 영역이다. 유니아 수녀는 이 때문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육신을 내던진다. 적극적으로 구마의식에 온몸을 바치는 그녀와 달리,바오로 신부를 비롯해 다른 남성들은 조력자로만 남거나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못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굿 등 무속신앙과 타로카드로 미래를 내다보는 장면 등도 흥미롭다.
단점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시사회에서 확인한 영상에선) 부마자의 대사가 관객의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 한국어를 봐도 자막부터 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대에 무려 돌비시네마 극장에서 관람한 영화의 대사 전달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기술적 측면에서의 단점으로 보인다. 정식 개봉을 앞두고 손봐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한국 오컬트 팬이라면 '검은 수녀들'은 개봉 자체만으로 기념비적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의외의 카메오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도 '검은 사제들'에 이어 '검은 수녀들'을 추앙하는 팬들의 기대에 호응한다. '검은 수녀들'은 20일 오후 7시 기준 예매율이 36.7%로 1위에 올랐다. 1월 24일 개봉.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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