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1
‘은둔의 경영자’ 네이버 살리러 온다…7년만에 의장으로 복귀하는 이 남자
2025-02-06
IDOPRESS
이해진 전격 구원등판
사내이사직 사임 후 7년만
이사회 의장직 복귀하기로
내달 주총서 복귀안건 처리
딥시크 쇼크 등 위기감 커져
하이퍼클로바 대규모 투자 등
AI경쟁력 강화 지휘 나설긋
딥시크 쇼크로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보기술(IT) 벤처기업 1세대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다.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으며 2018년 사내이사에서 사임한 지 7년 만이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의 진두지휘 아래 AI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중요성이 높아진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 GIO가 평소 강조해온 ‘소버린 AI’ 생태계를 네이버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를 중심으로 구축하려는 노력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5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 창업자의 사내이사 복귀 안건을 3월 열릴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하고 이번주 중 이사회를 열어 관련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주총에서 이 창업자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 의장을 맡을 계획이다. 다음달 개최되는 네이버 주총에는 이 창업자가 등장해 주주들을 만날 전망이다.
앞서 2017년 이 GIO는 “북미와 유럽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이듬해인 2018년에는 같은 이유로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난 바 있다.
이 창업자는 이사회 멤버로 복귀하면서 현재 맡고 있는 GIO 직책에서는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GIO 시절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코렐리아캐피털을 통한 유럽 스타트업 투자 등 해외 인수·합병(M&A)과 투자에만 집중해왔지만,이제는 AI를 필두로 한 네이버의 사업 전 분야에서 이사회 수장으로서 확실한 키를 쥐고 방향성을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우선 이 창업자가 다시 이끌 네이버는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받아온 AI 경쟁력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자체 LLM인 하이퍼클로바와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지만 성능과 시장에서의 활용도 면에서 오픈AI의 ‘챗GPT’,메타의 ‘라마’ 등에 밀리는 상황이다.
특히 적은 비용으로 챗GPT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 중국 딥시크의 등장은 네이버 내부에 그나마 국내에서 유지해온 네이버의 AI 모델 영향력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강력한 위기감을 던지면서 이사회 멤버들로 하여금 이 창업자의 이사회 복귀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창업자의 지휘 아래 네이버는 추가 투자로 하이퍼클로바 모델의 고도화를 단행할 전망이다. 올해 네이버가 추진하는 검색과 지도,쇼핑 등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온 서비스 AI’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빅테크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각 나라가 자국 언어와 문화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갖추는 ‘소버린 AI’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창업자는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리며 대외활동을 자제해 왔지만 소버린 AI와 관련된 해외 세일즈와 포럼에는 적극 참여해왔다. 지난해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소버린 AI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네이버가 중동 지역에 최적화된 아랍어 LLM 기반의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해 진행한 협약식에도 직접 참여했다.
이 창업자의 지휘 아래 네이버는 사우디를 시작으로 향후 인근 중동 지역과 유럽,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각국의 소버린 AI를 구축하는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인텔과 함께 반도체와 운영체제(OS) 분야에서 손잡고 AI 분야에서의 글로벌 생태계 형성에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해외 영토 확장에도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디지털트윈’ 사업을 추진하는 사우디뿐 아니라 과거 라인 설립 때부터 이 창업자가 지대한 공을 들였던 일본 시장 공략도 라인야후 사태가 일단락된 만큼 다시 추진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네이버는 일본에도 LLM 모델 수출을 포함한 네이버의 중점 AI 사업을 현지에 수출하기 위해 관련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창업자의 복귀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네이버 주가 회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창립 이래 사상 최대인 매출 10조원 돌파가 예상될 정도의 호실적에도 네이버 주가는 2023년부터 20만원대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적과는 별개로 AI 사업 등에서 뚜렷한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2021년 7월 역대 최고가인 46만5000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 창업자의 복귀로 네이버가 미래 경쟁력을 회복하고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면서 그동안 실적에 못 미쳤던 주가도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이 창업자의 이사회 합류 소식이 알려진 이날 네이버 주가는 전날보다 4.8%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