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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좀비들 뚫고 갈게" 청춘 남녀의 험난한 재회
2025-02-08
HaiPress
쿠팡플레이 신작 '뉴토피아'
박정민·블랙핑크 지수 주연
좀비 나오는 로맨스물 신선
드라마 '뉴토피아' 주인공 재윤(박정민·왼쪽)과 영주(지수).
한국 청춘들의 고된 현실을 반영한 로맨스 좀비 장르물이 공개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신작 드라마 '뉴토피아'(연출 윤성현)는 서울 도심 마천루 옥상의 방공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는 스물여섯 살 '늦깎이' 군인과 그를 기다리던 고무신이 좀비들을 뚫고 서로에게 달려가는 사랑 이야기를 유머러스하지만 풍자적으로 그린다.
말년 병장 재윤(박정민)이 정면을 금빛 날개로 치장한 전역모를 쓰고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지휘관에게 멋들어지게 전역 신고를 한 뒤 사랑하는 여자친구 영주(블랙핑크 지수)에게 달려가는데 눈을 뜨니 꿈이다. 현실은 군 생활이 한참 남은 일병의 신세. 재윤은 달콤했던 꿈을 곱씹으며 소총을 메고 새벽 불침번 근무를 서러 나간다.
신입사원 영주는 사회생활을 하기 바쁘다. 회식하느라 재윤에게 온 전화를 못 받고,동료들은 "설마 남자친구 (전역할 때까지) 기다릴 거 아니지?"라며 놀린다. 호시탐탐 재윤의 빈자리를 노리는 지질한 선배 서진욱(강영석)은 영주에게 부지런히 추파를 던진다.
분리돼 있던 두 사람은 서울 도심에 좀비 떼가 출몰하면서 서로에게 달리기 시작한다. 영주는 재윤의 부대가 있는 빌딩 위로,재윤은 영주가 있는 아래로 향한다. 호텔 총괄 매니저 애런 팍(김준한),호텔리어 오수정(홍서희),인플루언서 알렉스(이학주) 등 조력자들과 함께 불과 알코올,가구들로 온갖 좀비들을 물리치며 연인을 찾는다.
뉴토피아는 한국 청년들이 겪는 고된 현실을 묘사한다. 재윤은 명문대 출신이지만 얼타는 생활을 하는 '폐급' 병사다. 부대에서 가장 늙은 병사이자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 후임 라인호(임성재)와 함께 "나이 처먹고 군대 왔으면 나잇값 좀 하라"는 구박을 받고 지낸다.
강남 한복판에 부대가 위치한 설정은 청년들이 치르는 희생을 부각해 드러낸다. 부대 아래층에 고급 호텔의 VIP 라운지가 있어,생필품 조달을 위해 종종 건물 아래로 내려가는 병사들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등 불가촉천민처럼 이용객들의 눈을 피해 다닌다. 뉴토피아는 훈련에서 실수한 병사들이 얼차려로 20kg 완전군장을 한 채 1층부터 77층까지 오르는 장면을 호텔에서 향락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교차·대조해 보여준다.
재윤과 영주의 관계가 위기를 맞는 것 또한 청년들을 몰아세우는 한국 사회의 구조와 밀접하게 그려진다. 좀비 사태가 일어나기 전 고무신 생활에 지쳐 "잠시 (우리 관계에 대해) 시간을 갖자"고 한 영주에게 재윤은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네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답이 없더라. 제대하면 스물일곱 살에 학교도 졸업해야 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해. 나도 내 미래에 확신이 없는데 (너를 붙잡는 것이) 이기적인 거 같아. 우리 이제 헤어지자. 너를 위해서. 너랑 나,서로를 위해서."
뉴토피아는 좀비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에도 충실한 작품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신체가 훼손된 좀비들이 등장하고 피와 살,내장이 난자한다. 잔인한 장면이 많지만 주·조연 인물들의 끊임없는 유머가 끔찍함을 중화시킨다. 윤성현 감독은 지난 3일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감한 비주얼의 좀비들이 등장해 요즘 좀비물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며 "부담 없이 재미있고 유머러스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지향했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