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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구스패딩’ 논란 이후 자정 노력 어떻게…“여전히 문제 상품 판매” 지적도
2025-02-14
HaiPress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거위 솜털을 일정 비율 이상 함유한 ‘구스 패딩’이 알고보니 다른 재질로 채워져있던 이른바 ‘가짜 패딩’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패션업계에 파문이 일었다. 대기업,인디 브랜드 할 것 없이 품질 문제가 불거지자 소비자들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포털사이트,일부 패션 플랫폼에서 자정 노력에 나섰으나 여전히 문제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들이 입점 브랜드 자체 검수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말부터 패딩(다운류)을 취급하고 있는 입점 브랜드사에 혼용률 시험 통과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의류 제품의 품질 허위 표시 등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체 상품 검수 조직인 ‘상품과학연구소’를 통해 신상 패딩(성인/아동),침구류 등 구스/덕다운이 들어가는 품목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품질 관리 담당부서에서 브랜드 표시 의무사항을 점검하며 입점 브랜드사에 혼용률 관련 공문을 별도로 발송했다.
네이버도 칼을 빼들었다. 자사 쇼핑 플랫폼에서 불량 패딩을 판매하다 적발된 사업자를 즉시 퇴점하기로 했다. 충전재(오리털,거위털)와 캐시미어,울·모,실크 등 주요 소재 함유량을 고의로 허위 기재할 시 판매를 못 하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무신사 입점 브랜드인 라퍼지스토어를 비롯한 일부 브랜드에서 패딩 상품에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밝혀지며 가짜 패딩 논란이 시작됐다. 라퍼지스토어의 ‘덕다운 아르틱 후드 패딩’ 제품의 경우 상품 정보에 충전재로 솜털 80%를 사용했다고 적었지만,실제 사용률은 약 3%에 불과했다.
패션 브랜드 후아유의 한 구스다운(거위 솜털) 점퍼 제품도 같은 이유로 도마에 올랐다.
이후 무신사는 허위과장광고 브랜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월부터 다운과 캐시미어 상품 7968개 상품에 대해 소재 성분과 혼용률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와 시험 성적서를 요청해 약 87%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조사 결과 42개 브랜드의 165개(다른 컬러 상품 수도 포함) 상품에 대해서 다운 또는 캐시미어 혼용률 표기 부적합과 오기재에 해당되는 안전 거래 정책 위반 행위가 확인됐다. 이들 브랜드에 대해서는 지난 11일부터 전체 상품 판매 중지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자정 노력에도 판매처가 문제 브랜드 발굴에 적극 나서지 않고 ‘사후 조치’에 급급하다는 업계 반응이 나온다.
롯데백화점 온라인몰과 삼성물산 패션몰(SSF) 등에서 판매 중인 고가 제품 중에서도 혼용률을 잘못 기재한 제품들이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다른 판매처에서 문제가 제기된 이후 현재 해당 제품들은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입점 브랜드가 수천여개에 달하는 대규모인 데다가 위탁중개 방식으로 상품 재고를 직접 관리·보관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통신판매중개업체가 모든 판매중인 상품의 품질 검수를 하기 쉽지 않다”며 “민간 차원에서 개별 기업 단위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 정부,학계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