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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좀 들어가고 그래야 친해져”...음주 파티로 유대감 쌓는 야생 침팬지
2025-04-22
HaiPress
‘발효된 열매’ 나눠먹어
인간의 술 파티와 유사
영국 연구팀 처음 관측
“진화의 초기 행동일 수도”
알코올이 든 발효 열매를 함께 먹는 침팬지들.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 야생 침팬지들이 알코올이 들어있는 열매를 나눠 먹는 모습이 관찰됐다. 사회적 유대감을 쌓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파티를 벌이는 게 인간만의 행동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오랜 진화적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엑서터대 킴벌리 호킹스 교수 연구팀은 서아프리카의 야생 침팬지들이 알코올이 발효된 아프리카 빵나무 열매를 나눠 먹는 모습을 처음으로 관측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관측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칸탄헤즈 국립공원에 사는 침팬지를 관찰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는데,침팬지들이 발효된 열매를 나눠 먹는 모습을 10차례 촬영했다.
침팬지가 알코올을 먹는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에서도 여려 차례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호킹스 교수는 2015년 침팬지가 자연 발효된 야자수액을 마시는 것을 관찰해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침팬지들이 알코올을 함께 먹는 건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졌다. 평소에 무언가를 나눠 먹지 않는 침팬지들이 알코올이 든 열매를 나눠 먹는 모습은 인간의 술 파티와 흡사하다.
연구진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이들은 한 자리에 둘러앉아 열매를 먹는다.
연구에 따르면,침팬지들의 술 파티는 모든 연령과 성별을 아울러 진행됐다. 이들은 발효된 열매 주변으로 하나둘씩 모이더니 함께 먹기 시작했다. 또한 큰 빵나무 열매보다 더 작더라도 발효된 열매를 선호하기도 했다.
이들이 먹은 열매의 알코올 함량은 최고 0.61%에 불과하지만,침팬지가 한 번에 먹는 과일량이 많기 때문에 음주라고 할 만큼의 양은 되는 것으로 보인다. 호킹스 교수는 “침팬지가 매일 수 킬로그램의 알코올을 섭취할 거고,이는 사람이 가벼운 맥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침팬지가 알코올 열매를 의도적으로 나눠 먹는지,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침팬지가 취할 때까지 먹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화론에 따라 동물의 많은 행동은 생존이나 번식에 유리한데,술 먹고 취하는 일은 모두 불리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침팬지의 음주가 생존과는 무관한,유흥 등의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추정한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술 파티가 생각보다 오랜 진화적 기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친해지기 위해 술을 마시는 행위가 문명과 문화의 산물이 아니라,같은 진화적 조상을 가진 영장류에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호킹스 교수는 “술을 함께 마시는 일이 진화의 초기 단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