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낙찰가 급감

강남3구도 감평액보다 낮게 매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연 ‘국유재산 입찰매각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활성화 방안’ 시행 이후 국유재산이 감정평가액보다 약 1800억원 저렴하게 매각됐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위치한 국유재산 마저 감정가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팔리는 등 국유재산이 ‘헐값 매각’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온비드 플랫폼에 공고된 국유재산 매각 입찰 공고(2020년~2025년 8월)를 분석한 결과,해당 기간에 공고·매각된 국유재산 2664건의 낙찰총액은 7308억원으로,감정평가액(9077억원)보다 약 1768억원 낮았다.

2020년에서 2022년까지만 해도 매년 120건 내외의 국유재산이 매각됐는데,당시 낙찰가는 감정가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이 기간 낙찰된 357건의 매각 총액은 감정가(581억원)보다 52억원 많은 633억원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2022년 발표한 ‘유휴·저활용 국유재산 매각·활용 활성화 방안’ 이후 2023~2025년도에 낙찰된 매물 수는 급증해 2307건에 달했다. 이 기간 낙찰 총액은 6675억원으로 감정평가액 총합인 8495억원보다 1820억원 낮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액 비율)이 현저히 낮은 사례도 확인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2024년에는 낙찰가율이 50% 이상 60% 미만이었던 매물이 205건으로 2024년 전체 매물의 21.0%,2025년은 204건(24.6%)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에 위치한 국유재산도 감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구 반포동 소재 건물은 감정가 192억원보다 69억원 낮은 가격에,강남구 논현동 건물도 감정가 184억원에서 63억원 할인된 가격에 매각됐다.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타워팰리스도 감정가(47억원)보다 5억원 낮게 팔렸다.

이재명 정부는 국유재산 헐값 매각을 막기 위해 지난 11월 500억원 이상 국유재산은 대통령 승인을,1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 국유재산은 심의위원회 인가를 받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실련은 이 같은 방안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20~2025년도 사이 매각된 국유재산 중 감정평가액 500억원 이상의 국유재산은 한 건도 없었다. 1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 국유재산은 9건으로 전체의 0.3%에 불과했다. 1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국유재산만 매각심의를 거친다면 사실상 매각심의를 거치지 않고 현재 체재 그대로 대량 헐값매각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연 ‘국유재산 입찰매각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실련은 ▲매각 심의대상 확대 ▲국유재산 매각기준 대폭 강화 ▲범부처 국유재산 관리시스템 구축 ▲국유재산 매각 정보의 투명한 공개 등을 촉구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공을 위해 쓰여야 할 국유재산이 대량 헐값매각되고 있었다는 점이 개탄스럽다”며 “매각을 활성화할 것이 아니라,하루빨리 국유재산 관련 제도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