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없는 흑백의 얼굴 … 내면의 감정을 비추다

2025-12-11     HaiPress

스페이스K 무나씨 개인전


BTS RM 소장 작품도 전시

무나씨의 '영원의 소리'(2023) 스페이스K

어둠 속에서 한 인물이 가운데 선 사람의 귀를 두 손으로 감싸 쥔다. 또 다른 인물은 그에게 입을 가까이 대고 말을 건넨다. 가운데 인물은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서 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소장한 무나씨의 작품 '영원의 소리'다. 이 작품은 스페이스K 서울에서 처음 공개됐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스페이스K는 무나씨 개인전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를 연다. 신작 18점을 포함해 총 32점이 전시된다. 작품 일부는 국내외 소장자에게 빌려 구성했다. RM 소장작도 그중 하나다.


작가는 먹과 아크릴을 한지에 여러 번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인물의 감정과 관계의 구조를 표현해왔다. 선을 수천 번 반복해 쌓아 만든 밀도와 정교함이 작업의 특징이다. 작가는 감정이 관계 속에서 생겨나고 변화하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왔다.


전시 제목과 동명의 작품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2025)는 눈으로 덮인 겨울 풍경 속에서 두 인물이 서로에게 기대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두 사람 위로 눈이 내려 앉아 있어 고립감과 유대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대형 작품도 눈에 띈다. 높이 5m가 넘는 '고사관수도'에는 불상과 같이 관조적인 표정을 한 인물이 그려져 있다. 조선 초기 문인 강희안의 동명 회화작품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는 흐르는 물을 응시하며 깊은 사유에 잠긴 인물을 묘사한 작품이다.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마음속에 있는 내면의 스승을 떠올린다고 한다. 이 스승은 어른스럽지 못한 마음과 이기적인 감정까지 숨기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다.


이 작품 아래에는 길이 7m의 병풍 작품 '마음을 담아'가 함께 놓였다. '고사관수도'의 거대한 인물이 병풍 속 인물을 내려다보는 구도다. 물가에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흘러내린 눈물을 건네고,다른 사람은 그 눈물을 모아 연꽃을 만든다. 눈물에 담긴 마음을 정화해 내면의 스승에게 흘려보내는 셈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특정한 인물을 묘사하기보다는 감정의 구조를 드러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색채 대신 먹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동양 미학에서 검은색만으로 모든 만물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프랑스 파리,홍콩,싱가포르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해외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올해 주목해야 할 작가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 '키아프 하이라이트 세미파이널리스트'에 들며 시장에서도 주목받았다. 작가는 "관객이 작품을 볼 때 제가 선을 쌓아 올린 시간을 함께 느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3일까지.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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