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같았던 배우 안성기…그리고 천만영화의 죽음 [기자24시]

2026-01-09     HaiPress

임권택 감독의 2015년 영화 ‘화장’에서 오상무 역으로 출연한 배우 고(故) 안성기. 소설가 김훈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리틀빅픽쳐스] 죽음은 삶을 비추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다. 고인이 걸어온 시간에 대한 종합 평가가 바로 죽음 직후 시작되기 때문이다.

침을 뱉는 자가 나타나든 얼굴도 모르는 이가 국화를 내려놓고 말없이 떠나든,그 모습은 우발적이지 않다. 고인이 평생 느린 걸음으로 축적해온 삶의 태도는 죽음 이후 숨김없이 공개된다. 죽음 앞에서 삶은 연출될 수 없고,변명되지도 않는다.

고(故) 안성기 배우의 마지막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은 더 또렷해졌다. 한국 영화의 ‘품격’이었던 고인은 영화라는 업(業)을 천직으로 여겨 연기에 평생 몰입하면서도 일상에서나 현장에서나 흠결 한 점 없었다. 이런 마지막이 흔한가. 고인의 별세 앞에서,한때 관객이었던 우리가 고인의 긴 작품 목록보다도 그의 품격 있는 성품을 먼저 떠올리는 것도 그래서다.

고인의 ‘국민 배우’란 수식어 앞에 누구 하나 토씨를 달지 않으며,모두가 배우 안성기를 ‘각자의 안성기’로 기억한다. 고인의 얼굴은 세대를 건너며 달라졌지만,그에 대한 사후 평가는 전례가 없을 만큼 호의적이다. 스크린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다를 바 없던 그의 삶이 고인의 마지막을 스스로 완성했다.

근래 많은 거목이 세상을 떠났지만 고인이 떠난 자리는 유난히 쓸쓸해 보인다. 명배우의 공백이 커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침체된 영화 시장의 분위기도 이런 쓸쓸함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국 영화가 자라나 무성해지던 시간을 전부 동행했던 고인이 세상을 떠난 시점은,공교롭게도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한국 영화 시장의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기에 더 쓸쓸하다. 다음 ‘국민 배우’가 보이지도 않고 한 시대의 ‘기준’이 될 얼굴을 떠올리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한국 영화라는 거대한 숲을 떠받쳤던 한 대배우와의 이별 앞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어떤 태도를 축적할지’의 문제가 아닐까. 빠른 성과와 흥행의 크기,즉각적 반응을 요구하는 시대일수록 배우 안성기가 보여준 ‘태도의 축적’이란 화두는 묘한 울림을 준다. 고인이 보여준 모습들이 무너져가는 모든 것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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