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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펼치는 배우 이야기...‘더 드레서’와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2024-10-27 HaiPress
연극 ‘더 드레서’와 ‘고도를...’
예술 향한 배우들의 열정 그려
예술가의 인간적 면모 조명도
연극 ‘더 드레서’의 한 장면. 국립정동극장 독일군의 폭격이 진행되는 1942년 영국의 도시에서 배우들이 연극 무대를 준비한다. 극장을 흔드는 폭발 소리에 주연 배우인 노인이 바닥에 주저앉는다. 217번째 서는 ‘리어왕’ 공연이지만 노쇠한 배우는 ‘프랑스 왕과 버건디 공을 모셔오게’라는 자기 배역(리어왕)의 첫 대사마저 가물가물하다. 공연을 취소하자는 단원들의 제안에 배우는 소리친다. “하고 말고는 선택의 문제가 아냐. 이건 내 의무야!”
예술에 대한 배우들의 열정을 그린 연극 작품들이 공연 중이다. 배우에 대한 배우들의 연극인 만큼 베테랑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서울 국립정동극장과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각각 공연 중인 ‘더 드레서’(연출 장유정)와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연출 오경택)다.
연극 ‘더 드레서’의 한 장면. 국립정동극장 ‘더 드레서’는 무대의 전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대는 극 중 배우들이 대기하는 ‘리어왕’의 분장실,스탭들이 바쁘게 뛰는 무대의 뒷편,배우들이 관객들을 마주하는 무대 전면으로 전환되며 예술가들이 공연을 올리기 위해 용쓰는 모습을 연출한다. 특히 인물들이 무대 전면에서 ‘리어왕’을 연기할 때 현실의 관객들은 ‘더 드레서’의 관객에서 ‘리어왕’의 관객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더 드레서’는 예술가들의 인간적 모습도 조명한다. 괴팍한 노배우인 선생님(송승환)은 열정 있는 예술지만 극단주로서 권력을 휘두르며 단원들을 몰아세운다. 단역 배우 제프리(송영재·유병훈),옥슨비(임영우) 등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자신을 연모하는 무대 연출가 맷지(이주원)의 마음을 이용한다. ‘리어왕’ 속 코델리어 역 배우이자 자신과 사실혼 관계인 사모님(양소민)에게는 체면을 이유로 혼인 신고를 해주지 않는다.
연극 ‘더 드레서’의 한 장면. 국립정동극장 ‘더 드레서’에서 예술가 사이의 인간 관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인물은 선생님의 헌신적인 드레서(공연 중 연기자의 의상 전환을 돕고 의상을 챙기는 사람) 노먼(오만석·김다현)이다. 노먼은 마치 자신의 존재 이유가 그것인 양 선생님을 극진히 모시지만 극이 전개되며 처절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더 드레서’는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받은 로널드 하우드가 쓴 작품이다. 11월3일까지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 파크컴퍼니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무엘 베케트(1906~1989)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대역 배우 에스터(이순재·곽동연)와 밸(카이·박정복·민호)이 공연장 지하에서 무대에 설 기회를 기다리며 벌어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연 중 사고가 생겨야 기회가 오는 만큼 대역 배우가 무대에 오를 가능성은 낮지만 두 사람은 연기 연습에 매진한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상징성이 강해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손에 닿을 수 있게 구체화했다. 원작에서 누구인지,왜 기다려야 하는지 모를 인물 고도를 주인공들이 하염없이 기다렸던 것을 공연장의 언더스터디들이 언제 올지 모를 연출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각색했다.
이순재 배우가 건강 문제로 이탈하면서 현재 이 공연은 곽동연,박정복 배우 출연 회차로만 진행되고 있다. 12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 파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