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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뿌리가 천장에 … 역발상의 예술
2024-11-13 HaiPress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 개관展
보태니컬 아티스트 박소희
설치 미술가 박기원 '2인전'
도심속 휴식 같은 공간 연출
서울 삼성동의 독립 전시공간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 개관전에 전시된 박소희 작가(왼쪽 둘째)의 'COMPLEX_root'(2024). 뉴스1
천장에서 거대한 나무 뿌리가 내려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지상의 1층 전시장이지만 마치 나무가 뿌리를 내린 땅 밑 지하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보태니컬 아티스트 박소희가 식물을 가꾸는 과정에서 생장을 돕기 위해 잘라내 버려지는 나뭇가지들을 모아 제작한 설치 작품 'COMPLEX_root'(2024)다. 대개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거나 땅 밑에 묻혀 볼 수 없는 대상인 나무 뿌리의 위치를 생경하게 역전시킨 이 작품은 지하 공간과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 대해 상상하게 만든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 후원을 통해 저변 확대에 힘써 온 라인문화재단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독립 전시공간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PLS)'를 개관했다. 라인건설 계열로 2008년 설립된 라인문화재단은 이번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 개관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미술 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개관전으로 설치미술가 박기원과 박소희의 커미션 신작을 선보이는 2인전 '모든 조건이 조화로울 때'는 내년 2월 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관객이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의 전시장 공간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를 위해 두 작가는 건축물 내부의 마당 또는 정원 공간을 뜻하는 '중정(中庭)'을 회화,설치로 풀어낸 작품들을 3개 층에 펼쳤다. 새로 지은 텅 빈 공간에 자연의 숲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가득 채워 '도심 속 휴식' 같은 공간을 완성했다.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는 "개관전은 관객들이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전시장 공간도 함께 느끼는 전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3층 전시장 바닥에 90개의 펜스를 놓아 미로처럼 만든 박기원 작가의 '허공 속으로'(2024)는 관객이 전시장 바닥과 벽면 사이 공간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탐색하게 한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철제 펜스를 재해석해 작품화한 것으로,관객들이 펜스 사이사이에 만들어진 통로를 산책하듯 지나 다닐 때 비로소 완성되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전시장은 벽면에 주로 작품을 걸지만,'텅 빈 공간과의 대화'를 시도한 작가는 벽과 바닥 사이,천장과 바닥 사이라는 공간(空間·빈 곳)의 본질에 집중한 것이다.
'허공 속으로' 뒤편의 벽면에는 공간과 여백,원형성에 대한 깊은 관심을 평면 회화로 표현한 박기원 작가의 '넓이' 연작 23점이 나란히 걸렸다. 가로 150㎝,세로 214㎝의 동일한 크기로 제작된 녹색과 청색 계열의 단색조 회화가 저마다의 색깔로 그러데이션처럼 펼쳐진다. 박기원 작가는 "제작 순서는 제각각이지만 벽면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봄,여름,가을,겨울 순의 사계처럼 느껴지도록 작품을 걸었다"며 "어디부터가 여름이고 어디까지가 가을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계절감을 느끼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2층 전시장에서는 외부 창 전면을 덮어 자연광을 은은하게 공간 내부로 끌어들이는 박기원 작가의 '중정'(2024)과 바닥에 놓인 박소희 작가의 보태니컬 아트 'Le sol_soil'(2024)이 하나의 작품처럼 만난다. 공간을 수직과 수평의 축으로 구현된 가상의 중정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Le sol_soil'은 1층 작품과는 반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도록 시선을 전복시킨 작품이다.
박소희 작가는 "건물이 완성되기 전부터 인근을 산책하면서 작품을 구상했고,도안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공간에 맞춰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라인문화재단은 2026년 개관을 목표로 서울 성북동에 미술관을 건립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을 통해 향후 미술관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와 경험 등을 쌓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오정화 라인문화재단 이사장은 "앞으로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은 긴 시간에 걸쳐 진중한 연구와 기획을 펼쳐 보이며 다양한 장르와 형식이 실험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